독서 노트

제도의 힘 - 김승욱 독서 노트

김담대 2024. 4. 18. 17:40

* 해당 글은 책에 언급된 바를 토대로 작성

 
제도의 힘
『제도의 힘』은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제도가 시장경제라는 것을 밝히고, 제도주의 관점에서 선진국이 어떻게 부국(富國)이 되었는지 풀었다. 주로 서구세계의 성장은 제도에 있다고 한 더글러스 노스의 제도주의 경제사를 토대로 서구가 시장경제제도를 창출하면서 오늘날 어떻게 선진국으로 성장했는지 그 과정을 설명했다.
저자
김승욱
출판
프리이코노미스쿨
출판일
2015.12.01

 

 

 

 

선진국은 어떻게 선진국이 되었는가

 

 왜 서양이 동양보다 잘 살게 되었는가, 지금의 선진국은 어떻게 선진국이 되었을까 하는 질문은 누구나 으레 품게 된다. 나 또한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고, 내 짧은 지식으로는 그것을 쉽게 알아낼 수가 없었다. 이에 대해서는 수없이 다양한 추측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기후'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가 급속도의 경제 성장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그러한 의견은 현재에는 그다지 들어맞지 않는 주장인 듯하다.

 나는 현재의 선진국은 거의 식민지를 다스렸던 역사가 있던 국가들이기에, 다른 나라들을 약탈해서 잘 먹고 잘 살게 된 거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내게 본 책의 3장에서 언급된 '식민지 착취의 경제성'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식민지의 아픔을 겪은 국가에서 역사를 배운 사람으로서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에 그리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에 비해 경제적 이익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은 놀라웠다. 결국 식민지 통치에도 비용이 드는데, 식민지의 식량, 자원공급시장으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상품시장으로서의 경제적 가치가 쟁탈전 비용이나 방위비 등에 비해 적었다는 점은 꽤 그럴듯해 보였다. 이러한 시각으로 보았을 때 서구 강대국들이 식민지 경영을 포기한 것은 도덕적 이유가 아닌 경제적 이익의 측면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만약 식민지 통치를 통해 얻는 이익이 더 컸다면, 여전히 서구 열강 국가들은 서로 더 많은 식민지를 만들기 위해 다투고 있었을 것이다.

 

 식민지 통치가 선진국을 선진국으로 만든 원인이 아니라면 무엇이 원인이냐, 하면 역시 제목대로 '제도가 가진 힘' 덕분이라는 게 본 책의 주장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제도'를 더 구체화하자면 '시장경제'라는 제도가 될 수 있겠다. 공산주의와 같은 다른 경제적 제도에 비해 시장경제가 한 나라의 발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다. 다른 수업에서 마르크스에 대해 학습했기에, 그와 대비되는 견해를 비교해 보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마르크스 관련 수업을 수강할 때는 경제적 의의보다 사회적 의의에 집중해서 배웠다. 국가적 경제 발전의 차원이 아니라 노동자의 입장에서 바라봤기에 마르크스의 주장에 호의적으로 접근했었다. 형평성에 집중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반대의 입장이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공산주의는 적절치 못한 제도라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이미 공산주의 국가들의 실패 사례를 통해 확인 가능한 바이다. 이론적으로 완벽한 실현이 가능하다면 다르겠지만, 이론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돌아가지는 않으니. 그런 점에서 시장 경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되었고, 따라서 현재 가장 합리적인 제도라는 점은 논리적으로 맞는 말인 듯하다.

 

 서방 국가가 어떻게 선진국이 되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은 역시 '효율적 제도의 창출'에 있다. 시장경제의 시작은 의외로 유명한 관광지인 베네치아 지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 베네치아의 모습은 유명항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베니스의 상인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샤일록은 고리대금업자이다. 이 고리대금업자의 모습에서 우리는 근대 자본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계약에 근거해 철저하게 그 계약을 지키는 모습에서 공평한 법과, 개인들 사이 계약을 철저히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시장경제가 발달하기 위한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가 서구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서구의 자본주의 발전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영국의 산업 혁명이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히는 것 또한 제도의 발전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바로 '기업'의 출현이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완성된 시점은 영국이 회사라는 시스템에 의해 생산된 시기이다. 기업 하에서는 구성원의 의사결정이 중요해지고, 효과적으로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제도의 실패와 경제 대공황

 제도를 통해 과거 선진국의 발전을 설명할 수 있듯, 비교적 최근 일인 세계적 공황도 설명할 수 있다. 보편적으로는 10월 주가의 폭락에서 기인해 공황이 발발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경제사학자들의 의견은 이와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물론 여러 가지 요인들이 더해져 대공황이 발발했지만, 그 원인이 사실은 정부 실패에 더 가깝다는 의견이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후버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 몇 가지가 대공황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당시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 몰랐기에, 그가 펼친 정책이 가진 파급력 또한 몰랐다. 요약하자면, 국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율을 대폭 인상시킨 것이 보복관세로 되돌아왔고, 소득세율을 대폭 인상시켜 고소득계층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외에 책에 언급된 많은 제도적 실패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임금정책의 실패'였다. 위축된 소비즐 촉진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임금을 낮추지 못하도록 한 제도가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 본래의 목적과는 정반대의 효과를 낳는다니, 경제는 여러 요건들과 결과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

 

  대공황에 대해 보편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과 최근 학자들 사이 논의되는 것이 또 한 가지 간극이 있는 것은 '회복을 위한 정책에 대한 평가'이다. 케인스주의 경제학을 따른다고 알려진 뉴딜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케인즈의 유명한 유효수요 확대정책의 핵심은 정부가 빛을 내서라도 적자재정 편성을 통해 경기를 부추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유효수요 확대 정책을 통해 미국이 대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했으나, 실은 그게 아니었다는 주장 또한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케인즈의 주장을 완전히 따른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재정 지출을 늘린 것은 사실이지만, 케인즈가 말한 대로 적자재정을 통한 것이 아닌 '세금'을 통한 것이었단다. 

 

 이처럼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정부의 개입은 20세기 전반기의 신중상주의 사조의 확산으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전까지 서방 세계는 자유주의 사조가 지배적이었다. 이 시기에 급속도의 경제적 발전이 있었지만, 유럽에 장기불황이 찾아오며 자유주의 사조 대신 신중상주의 사조가 확산되었던 것이다. 경기가 변동하면서 독점 기업이 늘어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대기업을 규제 했던 것이다. 거기에 더해, 공산주의가 확산되면서 그에 맞설 복지국가 개념으로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신중상주의의 가장 큰 두 가지 특징이 정부개입주의와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보호주의 정책을 펼치며 시장에 정부가 깊숙이 개입하는 것이다.

 신중상주의는 20세기 초 사조이고, 현재는 신자유주의 사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재 사회가 중상주의에 가까울 정도로 정부의 개입이 깊숙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으나, 여전히 어느 정도 정부의 개입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사실은 고전적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찌되었든 20세기 후반의 신자유주의는 세계화, 규제완화, 민영화, 복지축소 등을 지향하며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한국은 어떻게 경제성장을 이루었는가

 다른 나라의 경제 성장 과정도 중요한 귀감이 될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가 어떻게, 왜 발전했는지가 무엇보다 궁금했다. 어떻게 이렇게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또 현재는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앞으로 가야할 길은 어떤 길인지 등이 궁금했다. 급속도의 성장 또한 제도 덕분이라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말인 듯하다. 우리나라는 자본과 자원이 거의 없고,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서 국가 예산의 상당한 부분을 국방비에 지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시장 경제를 통해 비약적 성장을 맞이하게 된 것은 박정희 정부 때이다. 이 사실을 상기해 봤을 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의아했던 점은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부 때 정부가 깊숙이 개입했음에도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는데, 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지?라는 것이었다. 박정희 정부 시절 경제 운영 방식은 확실히 정부 주도적이었다. 널리 알려진 경제개발계획뿐 아니라 경제 기획원 같은 것들을 통해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정부의 손을 거쳤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 여타 다른 국가들과 다르게 오히려 경제적 급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선 시장 경제의 근본 원리가 무엇인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시장 경제의 근본 원리는 차별적인 보상원칙에 있다. 공산주의 같은 것과 달리 자본주의는 자유로운 경쟁 하에 자신이 한 몫만큼 대가를 받는 것이다. 당시 정부가 경제에 개입을 많이 하긴 했으나, 경쟁이라는 시장경제의 핵심 요인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 일례로, 당시 정부는 낮은 이자율로 수출금융을 지원했다. 수출금융을 받은 기업은 보조금을 받은 것과 같은 셈이었다. 이 제도를 통해 경쟁에서 승리하면, 경쟁 자체에서 얻는 이익과 정부에서 얻는 수출금융까지 얻게 되는 셈이므로 기업들이 수출에 더욱더 힘을 쓸 수 있도록 자극했다. 직접적으로 경쟁에 개입하지 않고 승자에게 보상을 더함으로써 차별화 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영국의 산업혁명 기반이 '기업'이라는 제도에 있었듯 한국의 경제 성장에도 기업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조선시대 당시 한국은 기술 수준이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익히 알려진 세도 가문이 권력을 잡으며 정치 기강이 문란해지고 수납체계 또한 혼란스러워졌다. 더불어 서구 열강의 문호 개항 요구까지 거부하며 시대에 뒤처지게 되었다. 더 자세히 보자면, 조선은 오랜 시간동안 봉건적 소작제의 모습을 갖고 있었다. 토지 소유자라 할지라도 소유자 마음대로 초지를 사고팔 수 없었다. 이는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다. 정부가 모든 분야, 심지어는 토지 분야에 대해서도 깊숙이 관여했기 때문에 서구가 진작 달성했던 근대적 토지 소유에 닿지 못했던 것이다. 이뿐 아니라, 유교 문화 중심이라는 점 또한 당시 조선이 시대에 따라 발전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유교에서는 이윤을 정의롭지 못한 것으로 보고 상업을 천시한다. 때문에 유교 기반 국가인 조선은 자본주의적 발전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위 언급한 이유들로 결국은 먼저 선진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에 의해 식민지배를 당했지만,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만큼 현재의 대한민국은 꽤냐 경제적으로 성장한 국가이다. 어떻게 한국이 급속도의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 또한 제도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일본이 대한민국을 성장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일본이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한국 땅에서 행한 제도들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경제발전하는 시장경제의 제도적 틀을 마련해 주었다. 또한, 해방 직후에 남한은 일본이 남긴 귀속 재산을 정부의 소유로 돌리지 않고 국민들에게 매각했다. 조선시대와 상반되게 사유재산권의 원칙이 확립되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자신의 토지를 소유할 수 있었고, 이는 일종의 인센티브로 볼 수 있겠다. 이는 결국 한국이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발전하게 되는 주춧돌이 된다. 

 

  물론, 제도 하나만으로 후진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갑자기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일례로 영국의 모습을 보면, 레드 플레그라는 잘못된 법안으로 인해 본래 발전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덜 발전하였다는 평을 받는다. 자동차라는 혁신적인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자동차 산업이 타 국가에 비해 뒤처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 레드 플래그라는 법안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동차에 대한 지나친 규제 때문에 자동차 산업이 현실적으로 영국에선 발전할 수 없었다. 이 외에도 제도의 실패 사례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신대륙을 정복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스페인도 지배계층의 잘못된 결정(제도)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들은 국가 수입의 약 70%를 전쟁에 사용하였고, 잘못된 조세 제도로 인해 왕실에 물품을 납품하던 상업체계가 몰락했다. 

 

 제도 하나로 인한 한 나라의 흥망 사례를 보고 나니, 장된 제도나 잘못된 제도 하나로 판을 뒤집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또 현재의 경제적 문제들 또한 과거의 제도 선택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남았다. 어찌 되었던 앞으로는 일자리 부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활동이 일어날 수 있는 효율적 제도가 창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심 가득) 효율적인 제도는 정부가 얼마나 일일이 간섭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에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일자리를 직접적으로 만들 수는 없으나, 시장경제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토록 할 수 있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고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도는 경제 발전의 주춧돌이 되고, 어쩌면 또 유일한 방안일 것이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많은 경제적 문제들이 시장 경제 하에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어떠한 것일지 나로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걸 안다면 지금 높은 자리에 올라가 있을 듯). 그러나 지나친 간섭보다는 시장경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도의 제도가 역사적으로 효과적이었다는 것이 이 책에서 내내 하던 말이다. 앞으로도 적절한 제도를 통하 더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길고 긴 독후감 끝.